장편소설(17)
-
'작별하지 않는다' 서평, 기억과 상실, 그 사이의 빛을 좇는 여정
📚 '작별하지 않는다' 기억과 상실, 그 사이의 빛을 좇는 여정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실의 기억과 그것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이 책은 단순히 이별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상실을 경험한 이후에도 누군가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사라진 이들을 끝끝내 기억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별’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우리는 과연 작별할 수 있는가? 혹은 작별해야만 하는가?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흐름은 단순한 이별의 고통이 아닌, 끝내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사라진 사람들과 장소,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이 소설 속에 촘촘히 얽혀 있으며, 작가는 그 조..
2025.03.25 -
'백광' 서평, 어둠을 꿰뚫는 침묵의 진실
📚'백광'감상 후기 – 어둠을 꿰뚫는 침묵의 진실책장을 덮은 후, 한동안 침묵 속에 머물렀다. '백광'은 단순히 미스터리의 공식을 따라가는 소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과 죄의식, 그리고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선택’의 무게를 묵직하게 들이민 이야기였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진실’이란 단어에 대한 나의 감각이 서서히 달라졌다. 누군가에겐 정답처럼 보이는 진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가차 없는 파괴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 작가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우리가 믿고 있던 옳고 그름의 경계를 서서히 흐트러뜨린다. 모든 인물들이 자신만의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고, 그 안에는 선과 악이 한몸처럼 얽혀 있다. 그래서 누구 하나 쉽게 비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
2025.03.24 -
'노르웨이 숲' 서평, 감사를 내한 것별의 기억의 테스트
📚노르웨이의 송 서포 - 감사를 내한 것별의 기억의 테스트머리에 빠졌던 고도의 노르웨이 송 그 건너하고 조용한 진실을 가르는 곡은, 이 소설을 첫 장에서보하겠다. 바로 가이드를 시작하는 이 느낌은 가장 간단한 곡적인 감사가 될 것이다. 이 자리에 내가 편안하게 안자고, 다시 도치 못하게 될 것 같은 곡적감이다.애정을 이뤄가는 방식, 고통을 불가할정하게 목으로 내비는 가지, 소개의 중앙에 서있는 구성이 “와타나베”였다. 이의 자리는 해체되지 않는 감정과 실제의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다치가지 고착의 고양이다. 아직 가지가 드문하지 않은 것, 또한 나에게 없어서는 불가능한 것과 같은 고도가 가르치는 이 작품의 힘은 ‘제가 많은 걸 가지고 있어도 그 것을 다 죽어서 바치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나오코..
2025.03.23 -
'데미안' 서평, 어둠을 통과해 나를 만나는 법
'데미안' – 어둠을 통과해 나를 만나는 법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만 해도 단순한 성장 소설이라 여겼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그것은 오히려 자아라는 낯선 숲을 홀로 걷는 여정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소설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겪는 모든 혼란과 충돌이 내 안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사회의 규범과 내면의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싱클레어의 고민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고민처럼 느껴졌다. 그가 겪는 혼란은 단지 10대 소년의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균열이었다. 데미안이라는 인물은 현실에 존..
2025.03.22 -
'지구 끝의 온실‘ 서평, 기억을 지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사는가
'지구 끝의 온실' – 기억을 지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사는가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나서 나는 긴 침묵에 빠졌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이야기는 내 안에서 한참을 머물렀고, 무언가를 말해야 할 것 같은 강한 충동 속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기후 재난, 기술문명, 기억 삭제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입었지만, 이 소설이 가장 날카롭게 다가온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감정’과 ‘기억’이라는 아주 인간적인 것들이었다. 기억을 없애주는 일이 직업인 주인공을 따라가며, 나는 끊임없이 되물었다. 기억을 지운다는 건 고통을 없애는 걸까, 아니면 나를 지우는 걸까. 고통을 피하려고 했던 내 지난 삶의 순간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이슬의 침묵과 회의, 그리고 결국 감정을 회복해 가는 흐름은 곧 내..
2025.03.21 -
'인간 실격' 서평, 존재의 끝에서 마주한 인간성
'인간 실격' - 존재의 끝에서 마주한 인간성 감상평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이 삶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무거워질 때, 인간은 끝내 자신을 부정하고 마는 지점에 도달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은 바로 그 심연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느꼈던 감정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주인공 요조는 우리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감추는 내면의 나약함과 불안, 외로움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그는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단단한 유리벽을 손끝으로 두드리며 애써 웃는 법을 배우지만, 그 웃음은 결국 무너진 자아를 감추기 위한 얄팍한 가면에 불과했다. 나는 그 웃음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그가 얼마나 절실..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