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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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땅의 야수들' 서평, 잊히지 않는 이름 없는 이들의 목소리이다
📚'작은땅의 야수들' 서평, 잊히지 않는 이름 없는 이들의 목소리이다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우리가 잊어가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김주혜 작가의 '작은땅의 야수들'은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한 소설이다. 이름도, 기록도 남기지 못한 이들이 살았고 사랑했고 울부짖었던 시절의 온기를 고스란히 품은 이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닌 ‘기억’의 서사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느낀 건, 이 이야기가 거대한 영웅담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 소설은 사냥꾼, 기생, 고아, 유학생, 시위대처럼 익숙하면서도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그들의 목소리는 작지만 단단하며, 조선이라는 땅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있었음에도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모여든다. 나는 그 ..
2025.04.22 -
'호밀밭의 파수꾼' 서평, 세상에 맞설 수 없었던 소년의 고백
📚'호밀밭의 파수꾼' 서평, 세상에 맞설 수 없었던 소년의 고백삶이란 때로는 너무 투명해서, 세상이 만든 거짓이 더 짙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나는 그런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누구나 겪지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의 이름을 홀든이라는 한 소년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한 세대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홀든 콜필드는 분명 낯선 캐릭터는 아니었다. 삐딱하고 반항적이며, 사람들을 쉽게 싫어하고 거리를 두는 그의 태도는 겉으로는 냉소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너무 쉽게 상처받는 감수성과 지나치게 예민한 정의감이 숨어 있다. 나는 그를 보며 한없이 불안정했던 사춘기의 내 모습을 떠올릴 수..
2025.04.09 -
'싯다르타' 서평, 외부의 가르침이 아닌, 내면에서 길을 찾는 여정
📚'싯다르타' 서평, 외부의 가르침이 아닌, 내면에서 길을 찾는 여정삶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어디에 있는가. '싯다르타'는 그런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철학서도, 종교서도 아닌 이 소설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만나고, 결국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게 되는지를 사려 깊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잔잔하게 흔들렸다. 인물의 여정은 곧 나의 질문이자 흔들림과 같았고, 세속과 초월,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주인공이 진리를 외부에서 찾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에게로 향한다는 태도였다. 누구보다 위대한 가르침 앞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스스로 부딪혀 얻으려는 그 고집스러운 여..
2025.04.07 -
'라플라스의 마녀' 서평, 예측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
📚'라플라스의 마녀' 서평, 예측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도록 머물렀던 감정은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불편한 자각이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성과 의지, 그리고 세상의 원리를 향한 깊은 질문이 담겨 있었다.읽는 내내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정해진 수많은 조건 속에서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의 감정, 선택, 사랑, 후회조차 알고 보면 누군가의 예측 안에 들어 있는 걸까? 특히 인물 아야코를 보며 복잡한 ..
2025.04.04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서평, 선택과 후회 사이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서평, 선택과 후회 사이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지금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뒤돌아보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어떤 결정은 여전히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기도 하다.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바로 그런 우리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노라는 삶에 지쳐 있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 원하던 삶과의 괴리, 그리고 인간관계의 단절은 그녀를 점점 고립되게 만든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예상치 못한 장소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이다. 이 도서관은 현실과 죽음 사이, 단 한순간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이..
2025.04.01 -
'연금술사' 서평, 삶의 방향을 묻는 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연금술사' 서평, 삶의 방향을 묻는 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은 진심으로 자신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이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물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이야기이다.작품은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한 가지 꿈을 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매일 양 떼를 돌보며 평온한 삶을 이어가던 그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꿈에 이끌려, 그 꿈이 의미하는 진짜 가치를 찾아 길을 나선다. 이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길이며, 그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산티아고의 발걸음은 곧 자신을 향한 여정이다. 사기를 당하고, 낯선 땅에서 좌절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