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5. 21:35ㆍ나의 책장
📚 '작별하지 않는다' 기억과 상실, 그 사이의 빛을 좇는 여정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실의 기억과 그것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이 책은 단순히 이별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상실을 경험한 이후에도 누군가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사라진 이들을 끝끝내 기억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별’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우리는 과연 작별할 수 있는가? 혹은 작별해야만 하는가?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흐름은 단순한 이별의 고통이 아닌, 끝내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사라진 사람들과 장소,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이 소설 속에 촘촘히 얽혀 있으며, 작가는 그 조각들을 한 문장 한 문장에 담아낸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처럼 죽은 이를 이야기하고, 기억 속에서 그와 함께 살아간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곧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 기억은 때로 고통스럽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 사랑했던 이를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약속으로 가득 차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소설 그 이상으로,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과 이별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한강의 문장은 언제나처럼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뜨겁다. 구체적인 설명보다도 여백과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 침묵의 결은 유려하고 단단하며, 독자의 마음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킨다. 나는 그 여백에서 내 기억을 꺼내어보고, 나만의 이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은 존재들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죽음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것. 그 행위들이 모여 ‘작별하지 않음’이라는 강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 소설은 단순히 이별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죽음을 딛고도 계속 살아가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고, 잊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다. 나 또한 이 책을 덮고 난 뒤, 다시는 작별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이름을 되뇌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자체 제작 및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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