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서평, 조용히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은 시간

2025. 3. 19. 16:28나의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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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장편소설, 존 웰리엄스
'스토너' 장편소설, 존 웰리엄스

📚 '스토너'를 읽고, 조용히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은 시간

'스토너'를 읽는 내내 어떤 화려한 반전도, 큰 사건도 없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마치 고요한 강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 강 밑 어딘가에서는 삶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물에 나도 천천히 잠겨들었다.

스토너라는 이름의 인물은 어쩌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바로 나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성공도, 대단한 실패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지키지 못하고, 애써 해낸 일들도 인정받지 못한 채 고요하게 삶을 마주하는 사람. 나는 이 책이 어떤 극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그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느꼈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마주한 감정은 ‘고립’이었다. 스토너는 끊임없이 고립된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랑에서도 그는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 고독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지켜낸다. 세상이 그를 몰라줘도,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하루를 살아내고, 문학을 사랑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때로는 조용히 좌절한다. 그의 모습에서 나는 낙담보다 더 깊은 성숙을 보았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좌절과 외면 속에서도, 작은 가치를 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모습이 그에게 투영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토너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침묵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이 있었을까. 내가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쓸쓸함과 희망, 그리고 아주 작은 온기가 담겨 있었다. 그의 삶은 성공적이지도 영웅적이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가 걸어온 길이 결코 의미 없지 않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삶을 평가할 때 자주 잊어버리는 '존재의 무게'가, 이 소설 속에는 오롯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너' 책 표지

 

책장을 덮은 후,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나의 삶을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스토너는 삶의 대부분을 조용히 견디며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위대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스토너'는 나에게 말해줬다. 삶은 거창하지 않아도, 위대한 감동이 될 수 있다고. 고요한 일상 속에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수많은 감정과 깨달음이 있다고.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의미를 가진 존재라고.

이 책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조용히 파문을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오래도록 말없이 곁에 머물러,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되묻게 만드는 그런 책. 그런 점에서 '스토너'는 진정한 의미의 고전이었다.

 

 

이미지 출처 : 자체 제작 및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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