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1)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평, 감정이라는 이름의 절벽 앞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감정이라는 이름의 절벽 앞에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의 심연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괴테는 단순히 비극적인 연애 서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져 가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한다. 베르테르는 우리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본 짝사랑의 고통, 그리고 감정에 모든 것을 내맡겨버렸을 때 벌어지는 파국의 얼굴이다. 읽는 내내 ‘사랑에 빠진다는 건 곧 자신을 잃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베르테르는 롯테를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알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사랑이 자신을 파괴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
2025.03.22 -
'데미안' 서평, 어둠을 통과해 나를 만나는 법
'데미안' – 어둠을 통과해 나를 만나는 법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만 해도 단순한 성장 소설이라 여겼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그것은 오히려 자아라는 낯선 숲을 홀로 걷는 여정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소설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겪는 모든 혼란과 충돌이 내 안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사회의 규범과 내면의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싱클레어의 고민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고민처럼 느껴졌다. 그가 겪는 혼란은 단지 10대 소년의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균열이었다. 데미안이라는 인물은 현실에 존..
2025.03.22 -
'돈의 심리학' 서평, 숫자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이유
'돈의 심리학' – 숫자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이유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을 읽고 나서, 나는 돈이라는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까지 나는 돈을 숫자, 공식, 전략의 문제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과 ‘사고방식’이야말로 돈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장을 덮은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지 절감하게 되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숫자나 이론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돈 앞에서 불안해지는가?", "내가 원하는 ‘부’는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이 책 전반에 걸쳐 내 안에 울렸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말한다. ‘돈 문제는 수학보다 심리의 문제’라고.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스스로..
2025.03.22 -
'지구 끝의 온실‘ 서평, 기억을 지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사는가
'지구 끝의 온실' – 기억을 지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사는가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나서 나는 긴 침묵에 빠졌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이야기는 내 안에서 한참을 머물렀고, 무언가를 말해야 할 것 같은 강한 충동 속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기후 재난, 기술문명, 기억 삭제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입었지만, 이 소설이 가장 날카롭게 다가온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감정’과 ‘기억’이라는 아주 인간적인 것들이었다. 기억을 없애주는 일이 직업인 주인공을 따라가며, 나는 끊임없이 되물었다. 기억을 지운다는 건 고통을 없애는 걸까, 아니면 나를 지우는 걸까. 고통을 피하려고 했던 내 지난 삶의 순간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이슬의 침묵과 회의, 그리고 결국 감정을 회복해 가는 흐름은 곧 내..
2025.03.21 -
'인간 실격' 서평, 존재의 끝에서 마주한 인간성
'인간 실격' - 존재의 끝에서 마주한 인간성 감상평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이 삶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무거워질 때, 인간은 끝내 자신을 부정하고 마는 지점에 도달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은 바로 그 심연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느꼈던 감정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주인공 요조는 우리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감추는 내면의 나약함과 불안, 외로움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그는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단단한 유리벽을 손끝으로 두드리며 애써 웃는 법을 배우지만, 그 웃음은 결국 무너진 자아를 감추기 위한 얄팍한 가면에 불과했다. 나는 그 웃음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그가 얼마나 절실..
2025.03.20 -
'진주 귀고리 소녀' 서평, 조용히 흔들린 마음의 초상
진주 귀고리 소녀 – 조용히 흔들린 마음의 초상'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정적 속의 떨림’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이 소설은 소란스럽지도 않고 특별히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잔잔한 문장 하나하나가 내면 깊은 곳을 건드렸다.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이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마음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림 속 한 소녀의 표정은 시대의 제약 속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지닌 듯했다. 작가는 ‘그리트’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한 인물에게도 얼마나 깊은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마치 평범한 일상 뒤에 숨겨진 비밀을 들춰내듯, 이 소설은 그리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감정을 눌러가며 ..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