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서평, 기억을 지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사는가
'지구 끝의 온실' – 기억을 지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사는가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나서 나는 긴 침묵에 빠졌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이야기는 내 안에서 한참을 머물렀고, 무언가를 말해야 할 것 같은 강한 충동 속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기후 재난, 기술문명, 기억 삭제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입었지만, 이 소설이 가장 날카롭게 다가온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감정’과 ‘기억’이라는 아주 인간적인 것들이었다. 기억을 없애주는 일이 직업인 주인공을 따라가며, 나는 끊임없이 되물었다. 기억을 지운다는 건 고통을 없애는 걸까, 아니면 나를 지우는 걸까. 고통을 피하려고 했던 내 지난 삶의 순간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이슬의 침묵과 회의, 그리고 결국 감정을 회복해 가는 흐름은 곧 내..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