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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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서평, 나를 흔든 고요한 균열
📚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를 흔든 고요한 균열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난 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소리 없이 파고들었고, 나도 모르게 내면의 균열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 균열은 단순한 동정이나 안타까움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왜 채식을 선택했을까?’라는 단순한 물음은 금세 사라졌다. 채식은 단지 표면일 뿐, 그 밑바닥에는 영혜라는 인물이 감당해야 했던 억압, 트라우마, 그리고 몸의 기억이 있었다. 나는 영혜가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에 놀랐다. 세상이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않자, 그녀는 몸으로 저항했다. 그건 너무도 고통스럽고 동시에 너무도 ..
2025.03.19 -
'소년이 온다' 서평 – 읽고 난 후 멈출 수 없던 생각들
📚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내 안에서 울려 퍼진 질문 하나책을 덮은 후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년이 온다'는 그냥 읽고 넘길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지만, 내 현재에 도달한 어떤 고통의 잔향이었다. 한강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인간의 고통과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이 책을 읽기 전, 광주민주화운동은 교과서 속 한 페이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책 속 ‘소년’은 나를 그 시대 한복판으로 데려갔고, 나는 어느 순간 그 참혹한 광경을 내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 기분이었다. 문장은 조용했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스며든 고통은 나를 압도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중..
2025.03.18